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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및 잡담

[뉴질랜드] 아름다운 로토루아 연가에 얽힌 대한민국과 뉴질랜드 이야기 - 로토루아 히네모아 투타네카이 이야기

 안녕하세요. 이노도리입니다.

 오늘은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노래 한곡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은희라고 하는 분의 노래로 알고 있던 '연가'라고 하는 노래인데요, MT 노래로도 유명한 노래랍니다 ㅎㅎ

MT 가고 싶어지는 이 노래~~

 그동안 저는 이 노래가 뉴질랜드에서 유래된 노래인지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귀에 익은 익숙한 옛날 노래인 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ㅎㅎ 뉴질랜드 살면서도 몰랐다니... 그러면 이 노래의 원곡인 Pokarekare Ana(일명 로토루아 연가!)를 한 번 들어 볼까요??

Pokarekare Ana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민요라고 해요 ㅎㅎ 이 영상은 들으면서 소름이 돋네요

 듣고 있으면서 그동안 전투민족으로만 생각했던 마오리족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었다니 새삼 놀랍고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ㅎㅎ 

 이 Pokarekare Ana는 뉴질랜드의 로토루아 지방의 민요입니다. 마오리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네요. 간단히 이야기를 풀어볼까요? ㅎㅎ


히네모아 투타네카이 이야기

출처 : Rotorua Maori legends and stories - RotoruaNZ.com » Rotorua's Official Website (archive.org)

 

Rotorua Maori legends and stories - RotoruaNZ.com » Rotorua's Official Website

Rotorua Maori legends and stories To expand and read all about these Maori legends, click on the heading of each story. Creation According to Maori mythology, heaven and earth were once joined. Rangi and Papa held each other in a tight embrace. Photo from

web.archive.org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로토루아 호수. 지명들이 그대로 남아있네요 ㅎㅎ

 한 때 당시 매우 영향력 있는 족장의 딸인 히네모아라는 이름의 아름답고 높은 계급의 젊은 처녀가 살았습니다. 그녀의 부족은 로토루아 호수의 동쪽 기슭에 있는 오와타(Owhata)에서 살았습니다. 그녀의 계급 때문에, 히네모아는 푸히(일종의 공주)로 선언되었습니다. 남편은 그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하푸(하위 부족)와 그녀의 가족들 중에서 부족의 연장자들에 의해 선택될 것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과 은혜로 잘 알려진 히네모아의 손을 한 번이라도 잡기 위해 멀리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혼자 중 그 누구도 부족의 승인을 얻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히네모아에 반해 많은 사람들이 상사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ㅎㅎ

 한편 로토루아 호수 중심부에 있는 모코이아 섬에서는 여러 형제의 가족이 살았습니다. 투타네카이는 그들 중 막내였습니다. 그들의 어머니는 투와레토아(Tuwharetoa 부족)와 불편한 관계였는데, 투타네카이는 투와레토아부족 남자의 아들이 아니었다고 해요. 그러나 투와레토아 부족 출신인 남편은 그녀를 데리고 가서 투타네카이를 자신의 아들로 키우기로 했다고 하네요.

 투타네카이의 각 형들은 히네모아에 대한 사랑을 선언하고 히네모아와 결혼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히네모아의 부족 사람들로부터 허락을 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히네모아의 명성이 높아질 때 부족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많은 모임이 있었고, 이 모임에서 많은 젊은 추장들이 히네모아를 보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해요. 투타네카이 역시 히네모아를 보고 반했지만 그의 낮은 신분과 출생의 문제는 투타네카이가 극복해야 할 운명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투타네카이에게도 뭔가 한가닥이 있었겠죠? 바로 마오리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타네카이였다고 해요. 투타네카이는 매우 잘 생겼고 마오리들의 일종의 스포츠 경기가 있는데 실력이 뛰어났다고 해요. 그리고 이 스포츠 경기가 이 모임에서도 열렸고 투타네카이는 이 경기에서 그야말로 호날두 빙의해서 날라다녔다고 하네요. (아마 승리를 포효하면서 히네모아 앞에서 호우를 외치지 않았을까요? ㅎㅎ) 당연히 히네모아는 이 잘생기고 능력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닮은 마오리 청년에게 반해버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둘의 신분은 너무도 차이가 컸고 둘은 매번 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서로 눈만 마주치고 서로의 감정을 눈에서 눈으로 전달할 뿐이었어요. 신분의 차이 때문에 둘은 서로 이야기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하네요. 

 그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정말 슬픈 상황이었습니다. 투타네카이는 친구 티키와 함께 모코이아 섬 기슭에 앉아 플루트에 슬픈 음악을 연주했다고 해요. 그리고 초저녁에는 히네모아가 마음 아프게 앉아 있는 호수를 가로질러 투타네카이가 부르는 플루트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히네모아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히네모아는 자신이 투타네카이 외에는 누구와도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히네모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녀의 비밀연애를 방해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혹시라도 카누를 타고 섬으로 넘어갈까 우려한 사람들은 모든 카누를 육지로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가녀린 히네모아는 혼자서 카누를 옮길 수가 없었다고 해요.

 밤이 지나고 지날수록 히네모아는 자신의 감정을 이길 수가 없었어요. 투타네카이가 너무도 보고 싶었지만 모든 카누를 육지로 올려버린 탓에 호수를 건널 수도 없었다고 해요. 그리고 결국 히네모아는 결심을 내렸습니다. 카누를 사용할 수 없으니 수영을 해서 호수를 건너기로 결심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어느 밤, 히네모아는 사람들에게 저녁에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며 사람들을 불러모았어요. 사람들을 따돌린 그녀는 호숫가로 향했습니다. 

그 먼 섬까지 헤엄쳐갈 생각을 해다니 정말 대단해요.

 그런 다음 히네모아는 모코이아 섬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밤이 매우 어두웠기 때문에 히네모아는 투타네카이가 연주하는 플루트소리에 의존해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히네모아는 모코이아 섬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히네모아는 수영 도중 몸이 너무 차가워졌고, 투타네카이의 집 근처 와이키미히아 온천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역시 로토루아입니다 ㅎㅎㅎ 아무 곳에나 온천이 있는 클라쓰....)

히네모아가 몸을 숨겼던 온천이라고 해요 ㅎㅎ

 히네모아는 온천에서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지만 이내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을 깨닫고 투타네카이의 집에 지금 이상태로 가기에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투타네카이는 목이 말라서 자신의 하인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시켰습니다.(낮은 신분이라고 하긴 했는데 출생 신분의 문제이지 집은 일종의 귀족 집안이었던 것 같아요.) 하인은 히네모아가 있는 온천과 아주 가깝게 지나가야 했습니다. 하인이 온천을 지나자, 히네모아는 거친 목소리로 하인에게 누구에게 물을 가져가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한밤중에 온천에서 거친 남자 소리가 들려오자 하인은 투타네카이에게 가져간다고 하였고 그러자 히네모아는 역시나 거친 목소리로 그걸 자신에게 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인이 물을 건네자 히네모아는 바로 물이 담겨있는 통을 박살 내버렸다고 해요.(불쌍한 하인... ㅜㅜ) 하인은 투타네카이에게 돌아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했고 투타네카이는 다시 그를 보내 물을 가져오게 시켰습니다. 히네모아는 또다시 하인에게 물을 달라고 말했고 다시 물통을 박살 내버렸어요. (히네모아 힘이 엄청 센가 봐요. ㅋ_ㅋ)

 이번에도 그 소식을 들은 투타네카이가 화가 나서 온천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옷을 입고 누가 자꾸 자기의 심기를 건드는지 참 교육 시전을 위해 몽둥이를 들고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투타네카이는 온천이 숨어 있는 누군가에게 온천에서 나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투타네카이의 말에도 히네모아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몽둥이 들고 있으니 당연할 것 같아요 ㅎㅎ) 히네모아는 벌거벗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바위 밑에 숨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투타네카이는 바위 가장자리에서 인기척을 느꼈고 히네모아가 숨어있는 근처까지 다가왔습니다.

이런 무기를 들고 가면 저라도 나오라고 해도 안나갈거같아요 ㅎㅎ

 그리고 투타네카이는 숨어있는 누군가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그에게 소리 질렀습니다. (헉... 히네모아 콩깍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너는 누구야!? 감히 나를 성가시게 해??"

 히네모아는 그런 그에게 대답했습니다.

 "나야 히네모아. 내가 너에게 왔어"

 투타네카이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알몸으로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그는 그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본 적이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투타네카이는 망토를 벗어 히네모아를 감싸줬고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마을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일어났고, 이날 투타네카이는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고 해요. (헉....) 원래 투타네카이는 항상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그의 아버지는 투타네카이가 아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래서 아버지는 투타네카이가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하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투타네카이의 집으로 간 하인은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4개의 다리를 봐버렸고 그대로 그것을 투타네카이의 아버지에게 알렸습니다. 아버지는 같이 있는 것이 누군인지 확인하라고 하인에게 시켰고 하인은 그것이 히네모아라는 것을 알고 기겁하여 아버지에게 알렸습니다.

 투타네카이의 형들은 하인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소동 속에서 투타네카이는 히네모아와 함께 집에서 나왔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깨달았어요.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가 이루어진 것을요. 그때 사람들은 수많은 카누가 섬을 향해 오는 것을 봤습니다. (와... 정말 소름 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그 카누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히네모아의 가족임을 알았고 분노한 히네모아의 사람들과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해요.(트로이 전쟁이 생각나네요 ㅎㅎ)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카누가 도착하자마자 두 부족 사이에는 많은 기쁨과 행복이 가득했고 결국 히네모아와 투타네카이 그리고 두 부족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네요 ㅎㅎ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보면서 너무 재미있었네요 ㅎㅎ

그리고 이 이야기와 관련된 Pokarekare Ana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6.25 전쟁 때였다고 해요. 6.25 전쟁때 참전한 뉴질랜드의 젊은이들은 당시 Pokarekare Ana를 부르며 향수병을 달랬다고 하네요. 이 아름다운 노래에 대해 알고 나니 더더욱 이 노래에 애정이 생깁니다 ㅎㅎ

우리나라를 지켜준 뉴질랜드에 너무도 큰 감동과 감사를 전합니다 ㅎㅎ

 그리고 서로 알지도 못하던 두 나라가 전쟁으로 인연을 맺게 되고 70년이 지난 지금 향수병을 달래려 부르던 이 노래가 지금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정착했다고 하니 정말 감동적인 것 같아요. 

 뉴질랜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