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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erical Analysis/회사 이야기

삽질이 꼭 나쁜것일까?? (저는 사서 고생하는 개발자입니다.)

 저는 경력으로 따지면 8년을 꽉 채워가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저는 제 일을 매우 사랑하는데요, 개발과정에서의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몸 쓰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는 제 성격상 매일을 앉아서 일하는 이 일은 저에게 정말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제가 개발자를 직업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제 원래 전공은 기계공학이었습니다. 세부 전공 중에 전산 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CFD))라고 하는 학문이 있었고 이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하다 보니 개발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전산 유체역학의 근간이 유체역학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프로그래밍이 필요한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기계공학 전공인 학생이 개발을 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고 어찌어찌 개발한 프로그램은 지금 관점에서 보자면 많이 부족했습니다. 어쨌거나 대학원을 다닐 당시에는 상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연구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개발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었네요.

 

CFD로 요런것도 할 수 있답니다

 

 제가 상용 CFD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에 취업하면서 저는 본격적으로 개발 능력이 중요한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제가 대학원 연구실에 있을 때만 해도 저는 C언어를 주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C++을 주로 다루게 되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개념들 때문에 한참을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었기 때문에 남들이 보면 삽질이라고 할 법한 일들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남들은 제가 하는 일들을 보고 왜 삽질하고 있냐고 했지만 저는 그 삽질을 하면서 제 능력을 향상해나가는 일이 너무나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때는 미친 듯이 일에 몰입해 있을 때여서 자발적으로 주말에도 나가서 일도 하고 집에서도 논문 읽어보고 개발 공부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공부든 일이든 좀 무식하게 했습니다. 어차피 개발 능력과 지식도 떨어지기 때문에 성과도 내고 제 능력도 키우기 위해서는 무리해서라도 무식하게 하면서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모조리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하다 보니 집에서도 일 생각을 하고 꿈에서도 일 관련 꿈을 꿀 정도였는데요, 꿈에서 해결하려던 문제가 해결돼서 그다음 날 아침 가서 해보니 정말로 해결되는 일도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마른 장작을 3년 바싹 태운 느낌이네요 ㅎㅎ)

 

 주변 제 친구들이나 지인들 중에는 제 이런 행동을 한심하게 보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었습니다. 왜 사서 고생하냐는 것이었죠. "어차피 그렇게 고생해도 아무도 안 알아준다." "왜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느냐"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삽질을 한 이유는 제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이긴 했지만 그 외에도 당연히 인정을 받고 싶기도 해서였습니다.(이건 사회생활하는 사람은 대부분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나중에 인정 제대로 못 받았다고 멘탈 나가서 이직하긴 했지만요.. ㅎㅎ 

 

 어쨌든 제가 생각하기로는 만약 스스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삽질도 어느 정도는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명한 삽질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

 

 어떤 책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기억나는 글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성과는 노력의 방향과 강도가 맞아야 얻어지는 것.

 삽질도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면 좋은 삽질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