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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erical Analysis/회사 이야기

내가 이직을 한 이유와 행운이 따른 성공적인 해외취업

 이전 글에서 썼듯 저는 2016년 1월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하였습니다.

 

 어느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직에는 계기가 있게 마련인데요 저는 아무래도 이전 회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고 생각한 점이 이직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5년은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5년 초 사내 인사평가 결과가 나왔는데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않아 힘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렇게 성과를 많이 낸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스스로를 의심해보기도 했지만 이미 멘탈이 흔들린 이후였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스스로 느낄정도로 부정적인 감정이 저를 잠식하기 시작하더군요.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그때야 제대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당연히 성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사평가도 좋게 나오지 않았구요. 거기에 그 해 6월 아버지가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은 소세포 폐암에 걸리셨고 그 때문에 제 멘탈은 더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병원 통원 때문에 월차 반차를 쓰는 일이 잦았는데 회사의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회사에 대한 정이 다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아버지의 소세포 폐암 치료는 표준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아버지 또한 재활의 의지가 강하셔서 그런지 천만 다행히도 치료가 잘 끝났습니다. 당시에는 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고 완전 멘탈이 나간 상태였는데 회사에서는 월차 반차 쓰는걸로 눈치를 주니 제정신이기 힘들었습니다. 매일같이 술에 절어서 살았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힘든 2015년을 보내면서 저는 스스로에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이직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남아 있는다면 먼저 이 부정적인 감정과 정이 다 떨어져 버린 회사에 다시 정을 붙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미 제 마음은 회사에서 떠난 것 같더라구요. (요즘도 가끔 이전 회사로 돌아가는 악몽을 꾸기도 한답니다 ㅜㅜ)

 

그래서 일단은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 다니는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는데요, 원래부터 관심있던 회사라 간간히 회사 홈페이지 구경하곤 했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공고를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는 전산유체역학(CFD) 분야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었는데 저 역시도 전산유체역학이 전공이었습니다. 다만 제 전공은 엔지니어링이었고 이 회사는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라는 차이점이 있었는데요, 사실 시뮬레이션 이론은 둘 다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크게 상관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고민 이후 저는 약간의 을 가지고 제 이력을 정리해 보냈습니다. 이력서에는 제가 이전 회사에서 다니면서 참여했던 컨퍼런스 자료 역시 있었는데 정말 운 좋게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그 컨퍼런스 자료를 보고 저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당장 면접을 보고 싶다면서요. (이 컨퍼런스 자료는 엔비디아의 GTC korea에서 발표했던 자료인데, 재미있게도 저는 이 자료들이 나중에는 제 이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전부 영어로 준비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왜 되지도 않는 영어로 하냐면서 비웃기도 했지만요... ㅎㅎ )

 

 면접은 스카이프 화상채팅을 통해 진행되었는데 오스트리아 출신 팀장과 프랑스 출신 연구원이 함께 했습니다. 그들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연립방정식 솔버가 필요한데 현재 상용 프로그램은 속도가 너무 느려서 속도 향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들이 물어보고 구하는 내용은 상당히 고난이도의 기술이었고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저는 이들이 제시한 기술에 대해서 당연히 가능하다고 약간의 허세(?)를 부렸습니다. (물론 해당 기술은 제가 해오던 연구의 연장선에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허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 더 면접을 보고 reference check를 거치고 난 뒤 저는 정말 운 좋게도 취업이 됐습니다. 

 

 사실 이렇게 된 일이 어찌보면 저에게는 너무도 드라마틱한 일이었는데요, 정말 여러 번의 우연들이 겹쳐서 이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도 다음에 해봐야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