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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트레이딩/트레이딩 이야기

주식하다가 실패하는 이유(내가 시스템 트레이딩을 시작한 이유)

제가 처음으로 주식을 시작한 건 대략 6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팀에서 주식 이야기가 솔솔 들려왔고 직장인도 월급만으로 버틸 생각을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재테크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 금액으로 시작하기에는 주식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해서 대략 500만 원으로 주식을 시작했습니다.(유일하게 잘한 부분 ㅎㅎ) 

 

그리고 인터넷에서 주식하는 방법을 많이 찾아봤는데 주식 초보인 저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던건 급등주 매매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단타였죠.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정말 미친 짓이었지만 급등주를 통해 하루에 조금씩 1%씩만 먹어도 1년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수익이 가능했습니다. 아는게 없으니 무서울 게 없었던 저는 급등하는 종목에 몰빵을 하는 식으로 트레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겁이 없었죠....) 그렇게 며칠간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면서 뭔가 도박처럼 주식을 해나가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돈은 계속 까먹고 있었습니다. 조금 떨어지면 손절하고 오르면 쳐다보다가 늦게 들어가고 정말 엉망이었죠. 그러다가 정말 크게 한 방 맞는 일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기억합니다.

 

"아남전자" 

 

갑자기 장중에 아남전자에 대한 뉴스가 나왔고 이게 호재가 되서 아남전자가 상한가까지 폭등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이건 기회고 이제까지 손실 만회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거의 상한가에 근접한 아남전자 주식에 역시나 몰빵을 하였습니다. 속으로 가즈아! 를 수도 없이 외쳤던 것 같네요.

 

사 놓고 올라가라고 기도함

그런데 갑자기 이 상한가까지 갔던 아남전자 주식이 하한가로 꼬라 박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만에 -60% 가까운 손실을 본 거였죠. 설마설마하다가 손절할 타이밍도 놓치고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하루 만에 순식간에 몇 백만 원을 날리자 정말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식의 시작을 엄청난 손해로 마무리 했고 몇 년간은 주식을 쳐다보지도 않게 됐습니다. 그렇게 크게 데인 이 기억때문인지 저는 주식이나 투자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저는 정말 수업료 적게 낸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스로 주식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고 차라리 제 커리어를 향상해 제 몸값을 올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커리어 향상과 몸값 상승은 성공적이었습니다 :D)

 

그러다가 2017년 암호화폐의 폭등을 보면서 저는 다시 트레이딩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전의 경험 덕분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실패를 되돌아봤습니다.

 

제가 생각한 문제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무전략
    • 저는 아무런 검증된 전략 없이 그냥 감으로 주식을 사고팔고 했습니다. 이건 올라갈 것 같으니까 사고 이건 내려갈 것 같으니 팔고 하는 식이었는데, 이게 장기적으로 돈을 버는 전략인지 아닌지에 대한 개념도 없이 정말 무식하게 트레이딩을 한 거였죠. 
  2. 멘탈
    • 제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한번 손실을 보면 멘탈 흔들리고 상승하면 멘탈 흔들려서 익절 할 타이밍 놓치고의 반복이었습니다. 정해진 방법이 있으면 그것대로 밀고 가야 하는데 그런 걸 모두 무시한 거였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점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공부를 했는데 전략의 문제는 다른 트레이딩 고수님들의 글을 보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백테스트의 개념 역시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통계에 대한 이해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멘탈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건 아무리 해도 잘 되지를 않았고 모의투자에도 멘탈이 흔들리는 저를 보면서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차라리 내가 개발자니까 수익이 나는 전략을 프로그램이 수행하도록 만드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당시에는 그렇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이야 책들도 많이 나오고 인터넷 유튜브에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관련 정보들을 찾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거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부터 저는 본격적으로 트레이딩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부터 암호화폐를 통해 트레이딩을 시작했는데 트레이딩의 전략은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돌리는 제가 또 문제가 됐는데요, 제가 제 감정을 이입하고 잘 돌아가고 있는 프로그램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손실이 또다시 누적되고 쌓이고 손실 만회하려고 마진거래를 하다가 -99% 손실의 대 참사를 겪게 됐습니다. 이때 입은 손실 덕분에 올해 세금 환급을 좀 많이 받게 됐네요... ㅎㅎㅎ

 

그렇게 역시나 문제는 저라는 걸 깨닫고 그 후로는 트레이딩 봇에 관여를 일절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전략이 잘못된 경우에는 지켜보다가 폐기하기도 하고 수정하기도 하는 정도의 관여는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2020년이 되었고 올해부터는 더 많은 트레이딩 봇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암호화폐에서 두개의 트레이딩봇을 운영중이고 주식시장에서 두개의 트레이딩봇을 운영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제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하고, 제 멘탈을 믿느니 제 프로그램과 로직을 믿는 게 낫다는 것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전략들을 틈틈이 개발하고 추가할 예정입니다. 

 

2021년을 기대하며!